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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을 누가 성이라 했는가

인생직진 2010. 4. 14. 10:28

중앙일보 4월9일

 박효종 교수의 중앙시평에 대한 반론

속을 누가 성이라 했는가


박효종 서울대 교수는 ‘속(俗)을 성(聖)이라고 해서는 안 된다’는 제목(4월 1일자 35면)으로 ‘4대 강 사업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천주교 주교단의 성명을 ‘가톨릭다움’을 훼손하는 이상한 일이 벌어졌고, “가톨릭의 일부 신부는 ‘하느님의 일’이 아닌 ‘카이사르의 일’에 적극 나서기 시작했다”고 꼬집었다.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려야 한다는 성경 말씀을 왜곡해 지난 군사정권하에서 교회의 사회참여를 비판하던 말을 다시 듣게 됨은 참으로 서글프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소집하신 교황 요한 23세는 ‘자기 영혼의 완성과 세속 활동에 대한 참여 사이에 인위적인 대립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고 가르친다. 인간의 기본권과 구원을 위해 교회는 ‘정치질서에 관한 일에 대해서도 윤리적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점을 사회교리는 강조한다. 사람은 이 세상에서 살아야 하고, 성속은 바로 우리 안에 있다. 바른 길을 찾아 사는 것이 참된 삶의 가치다.


주교단의 4대 강 사업에 대한 우려가 “목자도 ‘속’의 일을 ‘성’의 일로, ‘과학’의 영역을 ‘신앙’의 영역으로 착각하는 등 스스로 무지나 오류에 빠져”서 내린 것인가? 박 교수는 “말을 보고 사슴이라고 하거나 고래를 보고 물고기라고 하는 어리석음에 비견할 만큼 신앙과 과학을 혼동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니겠는가”라고 썼다.


누가 속을 성이라 하고, 4대 강 사업을 신앙의 영역으로 끌어들이고 있는가? 주교단은 성명서 발표 전에 반대론자는 물론 정부 쪽의 말도 함께 경청했음을 밝혔다. 4대 강 사업이 여기 저기에서 일으키는 문제도 직시해 하느님의 창조질서에 따라 신중하게 대응할 것을 주문한 주교단의 의견을 이렇게 폄하할 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4대 강 살리기를 올바로 한다면 누가 반대하겠는가. 사업비만 22조원 이상 드는 국책사업이 타당한 것인지 환경영향평가 등 절차를 밟아서 추진해야 함은 기본적 상식이다. 정부가 국가적인 토목공사를 국가재정법 시행령을 고쳐 편법을 동원하고 있음은 법치주의 이념에도 어긋난다.


환경보호는 인류의 과제다. 개발로 망가진 자연환경을 회복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4대 강은 우리의 젖줄이다. 이를 개발하기 위하여는 보다 철저한 기초조사와 보를 쌓아서 생겨날 문제들을 하나하나 점검해 착수하는 것이 순리다. 이를 무시한 4대 강 사업에 대한 주교단의 비판은 시대적 양심의 소리임을 일깨우고 싶다.


주교단의 성명은 “교회가 절대 그르침 없이 신앙과 윤리문제를 판단하는 이른바 ‘무류지권(無謬之權)’을 행사하는 것”도 아니고, 이를 “과학이 아니라 신앙과 윤리의 영역”으로 주교단이 착각해 내린 것도 아니다. 성속이원론이나 흑백논리로 선량한 사람들을 현혹시켜 사회를 분열시키는 일은 논객이 취할 태도는 결코 아니다.


양승규 서울대 명예교수·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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