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운전을 한지 올해로 18년이 된다. 그만하면 참 능숙한 <오너 드라이버>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가 못하다. 물론 주우~~욱!! 달려만 가라면 당일로 부산 왕복도 할 수 있다. 내 말은 그렇게 먼길을 주욱 달려만 갈 수 있다고 운전을 한다고 말 할 수 없다는 거다.
처음 내가 운전을 해서 학교 출퇴근을 했을때는 여러가지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많았다. 이를테면 학교 출근길에 앞에서 맞딱드린 택시를 보고 뒤를 한 번 손가락질 한 다음, 두 손을 x자로 엮어서 보였다. 물론 뒤로 못간다는 뜻이다. 그랬더니 택시 기사 입이 열렸다 닫혔다 했다, 그거야 내 욕하는게 뻔했다. 퇴근할땐 우리 아파트에 같이 사는 선생님은 태웠는데 중간에 내려 줘야할 선생님은 태우지 못했다. 왜냐하면 삼차선에서 내려 주고 내가 무슨 수로 2차선으로 차선을 바꿀 수 있냐말이다.
어느 일요일날, 그래도 꼴에 운전을 익힐겸 해서 송도를 가려고 나섰는데 걱정이 되는지 남편과 아들이 모두 따라 나와서 조심하라고 했다. 그래서 내가 이렇게 말했다. 기름 잔뜩 넣었고 또 내가 아무리 잘못 간다 해도 내가 대한민국에 있지 어딜 가겠냐면서 출발했다. 그런데 송도로 간다는게 차선을 바꾸지 못해서 어쩌다 보니 강화로 가게; 되었다. 그런데 강화 가까이 가다 보니 어디다가 내 실력으로 주차를 하냐 말이다. 걱정하다가 문득 생각이 나는데 전등사 주차장이 넓던게 생각이 났다. 그래서 그냥 전등사까지 가서 차를 돌려서 온 일도 있다.
또 한 번은 초보 주제에 신호 위반을 해서 딱지를 떼게 되었는데 내 옆차선에서 위반한 차는 그냥 보내길래 "왜 나만 딱지를 떼냐고 했더니 교통 순경 아저씨가 느믈거리며 이렇게 말했다. '고기 잡는 어부가 바다 속에 있는 고기 다 잡나요?" 내 참..그런데 그렇게 딱지를 떼이고 출발하려니까 2차선으로 들어 갈 수가 없는 거였다. 그래서 딱지 뗀 교통순경을 다시불렀다.
"아저씨!"
"?"
"아저씨가 내 딱지 떼느라 3차선으로 들어왔는데 저 2차선으로 못나가거든요. 그러니까 제 차 좀 봐 주세요!"
교통순경이 나를 보며 한참 웃었다. 나도 웃었다. 교통순경이 뒤에 오는 차들을 잠시 멈추게해서 내가 2차선으로 가면서 손흔들어 줬다(아이구 참 내가 예절 하나는 바르지!)ㅎㅎㅎ
어디 그뿐인가. 학교 선생님들이 김포로 외식을 하러 가게 되었는데 나이든 선생님들은 여우라서 내 차를 안 타고 젊은 남자 선생님들이 탔다. 한참 씽씽 달리는데 총각 선생님이 나더러 "아이구 누님 운전 솜씨 따봉입니다!" 이러길래 내가 신나서 "오! 예~~~!!!"하고 소리를 쳤는데 "예"소리와 함께 차를 논두렁에다가 쳐 박아 버렸다. 그런데 내 운전 솜씨와 순발력이 얼마나 뛰어 났던지(?)차만 우그러졌지 사람들은 전원 말짱한 거였다!
집에 가서도 자랑했다. "여보,내가 차를 꼴아 박았는데 인사 사고는 하나도 안냈으니 나 운전 잘 하죠?"했더니 남편도 그렇다고 웃으며 고개 끄덕여 인정해 줬었다. ^^*
그런데 문제는 또 있었다. 내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길치란 거였다. 그러니까 맨날 아는 길로만 다녔는데 서울 친정엘 가려면 양화대교를 건넜는데 한 번은 그 쪽으로 가려니까 양화 대교가 공사중이라고 우회길로 가라는 거였다. 그래서 불안한 마음으로 다른 길로 들어섰는데 국립묘지를 지나서 알지 못하는 길로 가게되었다. 남편에게 즉시 전화를 해서 여차저차해서 모르는 길로 가는데 성북을 가려면 어떻게 가야되느냐고 했더니 거기가 어디냐고 하는데 내가 어딘지 알게 뭐람. 그래서 아까 국립묘지를 지났다고 하면서 삼성생명이 보인다고 했더니 삼성생명이 하나냐며 소릴 질렀다.
그래도 어찌어찌해서 태릉을 찾아서 가긴했는데 그 후로도 남편이 손님과 면담중일때나 회의중일때나 가리지 않고 시도 때도 없이 전화를 해대니 그때 처음으로 나온 네비게이션을 비싸게 주고 내 차에 달아 줬었다. 그런데 조금만 지도 표시를 잘못 눌러도 엉뚱하게 안내를 받게 되었다. 한번은 의정부를 가는데 네비게이션에서 여자 목소리 안내를 받고 가려니까 "다음은 지하도 옆길입니다. 그리고 곧 우회전하세요" 하는데 내 생각에도 방향이 틀린 것같아서 내 맘대로 갔더니 "경로를 이탈했습니다" 이러는 거였다.
그래서 다시 검색해서 갔더니 이번에도 틀리는 거였다. 그래서 내가 고년더러 "이년아, 가만 있어 봐!"하며 내 맘대로 갔더니 삐졌는지 고년도 아무말 하지 않는 거였다. 그렇게 이런 저런 사연을 엮어내며 운전을 20년 가까이 했는데 뭐가 문제냐. 내가 주차 실력이 영 "꽝!"이란데 문제가 있다. 내가 주차 실력이 없는 건 우리 아파트에 늦게 도착할리 없으니 자리가 많을때 주차를 하게되고, 학교 출근할땐 운동장 가에 얼마든지 널널하게 주차할 수 있지, 시골 어머니 계신 곳에가면 마당에 내 차 한대 추자 시키지 도무지 주차 고민할 필요가 없는 거였다.
그러니 내가 주차 실력이 늘게 뭔가! 그래서 차를 끌고 나가서 좁다란 곳에 일렬 주차를 할 경우엔 수도 없이 톱질을 하다보면 나중엔 앞으로 나갈 수도 뒤로 뺄 수도 없는 지경에 이르르면 차에서 내려 지나가는 아저씨가 있으면 주차 부탁을 한다. 이러니 내가 운전한다는 말을 할 수가 있냐 말이다. 그러니까 내 생각엔 운전 면허 셤 볼때 주차 실력도 봐야한다는 거다.
그리고 내가 지금도 양심에 찔리는게 있다. 처음 운전할때 우리 아파트로 들어 오는데 길가에 많은 차들이 주차되어 있었다. 길은 좁은데 길가에 주차한 차들은 많고 마주 오는 차를 보니 무서웠다. 그래서 마주 오는 차를 피하다 보니 주차해 놓은 차들의 백밀러를 모두 건드려서 "다다다다닥닥~~!!!"소릴 내며 달렸었다. 그러니 세워둔 차들의 백밀러에 상처가 났음은 물론이겠지. 이 자리를 빌어 불특정 다수의 운전자들에게 용서를 빈다.
지금? 지금이야 경로 우대권을 쓰니까 전철 닿는 곳이면 전철로 다니니 차를 쓸 일이 별로 없다. 늘 먼지 뒤집어 쓰고 주차장에만 서 있는 내차가 안됐다 싶었는데 며느리가 차를 바꾸게 되어서 며느리에게 줘 버렸다. 꼴에 차는 자주 바꿔서 그래도 쓸만한 차를 물려줬다.
그러니 내가 운전하는 건 부부 동반 모임에 가서 술마신 남편 대신 운전하고 오는게 고작이다. 가끔은 내 차 타고 새벽 도로를 씽씽 달려 보던때가 그립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