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가 내리군요.
내리는 비가 뜨거운 열기에 혼미했던 내 영혼을 차갑게 식혀줍니다.
이런 날을 기다렸다가 그대에게 편지를 씁니다.
영혼이 차가운 날의 그리움은 더욱 짙기 때문입니다.
내 쏟아 낸 차가움이 그대를 슬프게 하지 않을까 걱정되지만,
내 가슴에 담아 둔 많은 마음들은 그대를 향해 있답니다.
누구나 욕망하는 만큼 가질 수는 있지만,
소유하는 것으로써 이제껏 삶을 달성한 사람이 없음을 잘 압니다.
그러나 보고 싶고, 만나고 싶고, 그리움이 묻어나는 소유의 마음은 왜 일까요?
지나간 슬픔과 아픔은 버리지 못해 간직함으로 우울하고,
지나간 열정이나 아름다웠던 것들은 그 강열함으로 인해
지금의 아쉬움을 더욱 짙게 합니다.
내 마음에 지나간 존재의 흔적들을 컴퓨터처럼 모아서
휴지통에 버릴 수 있는 것이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대여, 존재는 정녕 있긴 있을까요?
삶은 소유를 통해서 오는 것이 아니라 오직 존재를 통해서 온다고 하지만,
자신의 절대적 가치 보다도 주변의 상대적 가치를 더 우선하는 세상입니다.
자신의 육신 보다는 가지고 있기에 불편한 재물만 탐하는 그런 우리들의 삶에서
무엇이 귀하고 무엇이 버릴 것인지 점점 구별하기가 어려워져 가는 세상살이는
존재 자체를 잊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오늘같이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면 더욱 더 당신이 생각납니다.
눈물보다 더 슬픈 보고픔을 달래며, 그대의 회답을 기다립니다.
내가 쓴 편지를 받는 이는 저 깊은 심연의 또 다른 나
의문을 던지고 답을 하고......
늘 삶이 이렇다............................가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