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아닙니다.
나는 나를 내 마음대로 할 수가 없는 40대 (중견) 노동자입니다.
월급받고 사는 죄목으로 마음에도 없는 상사의 비위를 맞추며,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말도 삼켜야합니다.
정의에 분노하는 젊은이들 감싸안지도 못하고,
그냥 그렇게 고개 끄떡이다가 고래 싸움에 내 작은 새우 등 터질까 염려하며,
목소리 낮추고 움츠리며 사는 고개 숙인 40대 후반의 남자
집에서는 직장 일을 걱정하고.
직장에서는 가족 일을 염려하며.
어느 하나 내 마음대로 할 수가 없는 엉거주춤, 어정쩡, 유야무야한 모습,
마이너스 통장은 한계로 치닫고
돈 쓸 곳은 늘어만 갑니다.
포장마차 속에서 한 잔 술을 걸치다가
뒷호주머니 카드만 많은 지갑속의 없는돈을 헤아리는 내 모습을 봅니다.
나는 내가 아닙니다.
나는 홀로된 가장이며, 어깨 무거운 두딸의아빠
나는 어머님의 불효 자식, 나는 고개 숙인 40대후반의 직장인,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껴안을 수 없는 무능력한 사람이어도,
그들이 있음으로 나는 행복합니다.
그들이 없으면 나는 더욱 불행해질 것을 알기 때문에
그들은 나의 행복입니다.
나는 나를 내 마음대로 할 수가 없지만.
그래도 나는 내가 나일 때보다 더 행복한 줄 아는 40대 후반의 남자.
내 뒤에는 보배로운 두딸이 있기때문에
포장마차에서 한잔 술에도 행복한 나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