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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재미있는 백악관의 `코드` 게임

인생직진 2008. 6. 26. 12:35

 

6월14일(토) The  Korea Daily (미주판 중앙일보) 오피니언에 실린 글

 

 

백악관의 '코드' 게임


박용필 논설실장         

 

 

지난 2000년 대선 캠페인이 한창일 무렵 민주당 본부에 한장의 메모가 전달됐다. 발신처는 백악관. 내용은 이랬다. "어제 하루 '포터스'(Potus)는 18~20통 '비포터스'(Vpotus)는 10통의 개인 전화를 썼음."


한줄 짜리 메모지를 단독 입수한 어느 신문이 이를 그대로 보도하자 민주당 지도부가 발칵 뒤집혔다. 더욱 분개한 건 유권자들. "백악관은 우리가 낸 세금으로 운영되는 곳이 아닌가. 아무리 권력을 잡았다고 해도 정부 소유의 전화를 개인용도로 쓰다니…."


'포터스'는 미국의 대통령(President of the U.S.) '비포터스'는 부통령(Vice President of the U.S.)을 일컫는 은어다. 첫 글자를 따 만들다 보니 발음이 쉬워 보통명사처럼 쓰이게 된 것이다.


백악관 직원들 사이에서만 통용되었던 것이 이젠 일반인들에게까지 익숙하게 됐다. 대통령과 부통령이 선거자금을 끌어 모으기 위해 백악관 전화를 사용했다는 보도가 나간 게 계기가 된 것.


이 바람에 지지율이 크게 떨어진 '비포터스' 앨 고어. 나중에 전화카드를 사용했다며 증거를 내밀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결국 공화당 후보 조지 부시가 그해 '포터스'에 당선되는 행운을 잡았다.


이와는 별도로 경호 요원들은 대통령과 부통령은 물론 각당 대권 후보자들과 주요 정치인들에게 코드 네임을 붙인다. 한국 같으면 특급 비밀에 속하겠지만 미국에선 오픈돼 있다. 비밀경호대(Secret Service)가 공개적으로 발표하기 때문이다.


무작위로 고른다고는 하지만 코드 네임엔 나름대로의 뜻이 담겨져 있다. 실례로 남침례교 목사 출신인 지미 카터는 '집사'(Deacon)로 불린다.


현직 대통령인 부시의 코드 네임은 '텀블러'(Tumbler). 젊었을 적 부시가 한량이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술에 취해 이리 뒹굴고 저리 넘어졌다고 해서 경호대가 '텀블러'란 코드 네임을 붙인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그러나 백악관의 어느 누구도 '텀블러'가 불경스럽다며 대통령의 코드 네임을 바꾸라고 지시한 적은 없다. 관대한 건지 애교로 받아들이고 있는건지 알 수는 없지만.


버락 '후세인' 오바마 상원의원의 코드 네임은 '레니게이드'(Renegade). 배신자 또는 배교자란 뜻이다. 이슬람에서 기독교로 개종했다는 의미로도 쓰일 수 있어 잠시나마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러자 공화당 쪽에서 그럴듯하게 풀이했다. '개종'도 따지고 보면 '변화' 아닌가. 오바마의 슬로건에 빗대 해석을 내린 것이다.


오바마의 부인 미셸에겐 '르네상스'란 코드 네임이 주어졌다. (문예)부흥 또는 부활의 뜻이다. 코드 네임으로 풀어본 오바마 부부. 한마디로 '배신자의 부활'이 되는 게 아닌가.


반면 존 매케인의 코드 네임은 애리조나 출신답게 '피닉스'다. 이집트 신화에 나오는 '불사조'가 바로 피닉스다. 포로 수용소에서 온갖 고초를 이겨내고 살아난 매케인. 베트남전 영웅을 떠올리게 하는 코드 네임이다.


부인 신디 여사의 코드 네임은 '파라솔'. 신디는 맥주 재벌버드와이저의 상속녀다. 신디가 펼친 (돈) 우산 아래 웅크리고 앉아있는 '불사조' 매케인. 상상만 해도 웃음이 절로 나오지 않을까.


오는 11월 4일 미국의 '포터스'는 누가 될까. 배신자가 부활할까 아니면 불사조가 파라솔을 걷어내고 훨훨 날아 오를까. 경호대 풀이대로라면 아무래도….


 
 

 

출처 : 버 지 니 아
글쓴이 : 나를 찾는 여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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